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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2011.10.13 박성희- 사철가(판소리 단가)

박성희- 사철가(판소리 단가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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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구나.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.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승화시라 옛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삭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 단풍도 어떻한고.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은세계가 되고 보면 월백 설백 천지백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세월은 덧 없이 흘러가고 이 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.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말 들어 보소 인간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년도 못 살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 불여생전 일배주만도 못하느니라. 세월이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어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를 마라 가는 세월 어쩔거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어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 투식허는 놈과 부모 불효허는 놈과 형제 화목 못허는 놈 차례로 잡아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아서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.
And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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